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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의 원동력으로서의 '똘레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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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운영자
작성일 : 11-04-23 08:08 | 조회 : 6,811  
혁신의 원동력으로서의 '똘레랑스'

▶'똘레랑스'란?

요즘 세계 곳곳에서 그리고 기업 및 지역사회 경영 등과 같은 다양한 부문에서 '똘레랑스(tolerance)'라는 프랑스어를 자주 접할 수 있다. 이 용어는 '타인이 생각하고 행동하는 방식의 자유에 대한 존중'이라는 뜻을 담고 있는 것으로, 다양한 주체들로 구성된 조직이나 공간 내에서 그 구성원 각각의 개성을 최대한 존중하는 것을 의미한다.

▶닌텐도와 볼로냐의 공통점

그런데 중요한 것은, 최근 이 용어가 민주주의의 개념 일반에 관한 정치학 교과서나 타인의 정치적 의견, 사상, 이념 등을 존중해야 하는 것을 중요한 덕목으로 설정하는 정치권내에서 언급되는 것이 아니라, 동종 타사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의 탁월한 혁신 퍼포먼스를 내보이는 세계적 우수 기업이나 많은 사람들이 모이고 또 그곳에서의 생활을 선호하는 세계의 유수 '명품도시'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일본 교토에 본거지를 두고 있는 세계적 명문 기업 닌텐도는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독점적인 콘텐츠 능력의 근원을 '똘레랑스'에서 찾고 있으며, 문화와 예술을 동력으로 많은 사람들을 모이게 하여 이로 인해 경제적 수요를 창출하여 지역사회 전반의 활성화에 크게 성공하고 있는 이탈리아의 볼로냐 역시 그 창조도시의 선순환 메커니즘 근저에 있는 미시적 기초를 바로 '똘레랑스'로 설명하고 있다. 즉 다양한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의 방식이 존중되고 또 이를 극대화해낼 수 있는 기업과 도시에 사람들이 많이 모일 수밖에 없으며, 나아가 이들이 견지하는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묵살되지 않고 존중받기에, 그 과정에서 이른바 '혁신적 기초'가 구축되고 있다는 것이다.

▶혁신의 원천으로서의 '똘레랑스'

개성보다는 표준을 선호하고 또 엉뚱하고 독특한 생각과 아이디어보다는 경영자의 경영판단에 일사불란하게 추종하는 조직을 선호해왔던 소니, 마츠시타, 토시바 등 기존의 잘 알려진 일본기업과는 달리, 닌텐도는 남의 것을 흉내내지 않고 자기만의 개성을 기반으로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내게 하고 또 이를 위해 직원들을 회사의 매뉴얼에 속박시키지 않는 이른바 '유목형' 인사관리를 고집하는, 해서 '똘레랑스 기업경영'으로 불리는 혁신경영의 대표 주자였던 것이다.

볼로냐 역시 지방정부의 일괄적인 도시계획 행정을 지양하고 문화예술인들에게 이른바 '창조적 공간'을 제공하여 그곳에서의 자유로운 활동을 지원함으로써, 이들 간의 활발한 교류가 생겨나게 되었으며, 나아가 이는 매우 새롭고 참신한 경제적 수요를 창출하는 혁신의 원천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렇듯 닌텐도와 볼로냐의 '혁신'은 '똘레랑스'의 기초 위에서 잉태된 것이다.

▶'자기 본질의 분석과 부정'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볼로냐와 같은 창조도시를 조성하고 또 닌텐도와 같은 혁신기업을 키워낼 수 있을 것인가. 우리 기업에 뿌리 깊게 자리잡고 있는 계열 지향적 사고, 집단 군집형 사고의 속박을 과감하게 벗어던져야 한다. 이질성과 다양성을 존중하기는커녕 학연, 혈연, 지연 등과 같은 인맥을 강조함으로써 동질성과 순응성, 그리고 충성심을 중시하는 토호세력적 '성장연합'이 판을 치는 지역사회의 작동 방식을 근본적으로 변혁해 나갈 수 있다면 우리의 기업과 지역사회 역시 닌텐도와 볼로냐와 같은 퍼포먼스를 누릴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획일적인 동질 사회 특유의 특징, 즉 동질성을 유지하기 위해 필수불가결한 '타인 부정에 의한 자기 긍정'이라는 자기 본질의 분석과 부정이 필요하다. 나아가 자기 본질에 대해 논의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의 장과 사회적 기제가 마련되어야 한다. 이를 추동해낼 수 있는 것이 바로 '똘레랑스'인 것이다.